빵과 함께 시작된 꿈, 빵으로 끝난 인생
23살 박선빈씨는 언젠가 자신만의 빵집을 차리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그녀가 선택한 곳은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이었죠.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서 언젠가는 자신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희망으로 가득 찬 채 말이에요.
하지만 2022년 10월 15일 새벽 6시, 그녀의 꿈은 참혹한 끝을 맞았습니다.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죠. 빵을 만들다가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사고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경악스러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어요.
그날 새벽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2년 10월 15일 새벽 6시경, 밤샘 근무가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박선빈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샌드위치용 소스 배합기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이 배합기에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위험한 작업을 혼자서 해야 했다는 점이었죠. 회사에서는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규칙이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
- 시간: 새벽 6시경 (밤샘 근무 마감 직전)
- 작업: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청소
- 안전장치: 인터록(안전장치) 미설치
- 작업인원: 1명 (규정상 2인 1조)
박선빈씨는 기계에 끼어 현장에서 즉시 사망했습니다. 그녀가 꿈꾸던 빵집 사장의 꿈은 이렇게 참혹하게 끝났어요.
장례식장에 온 것은 사과가 아닌 '빵 두 박스'
여기서부터가 이 사건이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사고 다음날인 10월 16일, SPC 측 관계자들이 박선빈씨의 장례식장을 찾아왔습니다. 유족들은 당연히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했겠죠.
그런데 그들이 가져온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파리바게뜨 빵 두 박스였습니다. 땅콩 크림빵과 단팥빵이 들어있었어요.
"빵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는데 답례품으로 빵을 주는 게 말이 되냐"
유족의 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빵을 만들다가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그 회사에서 만든 빵을 답례품으로 가져온 것이에요.
SPC 측의 해명
SPC는 이에 대해 *"직원이나 그 가족이 상을 당하면 일괄적으로 나가는 경조사 지원품 중의 하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드러냈어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매뉴얼적 대응, 그리고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의 부재를 보여준 것이죠.
뒤늦게 밝혀진 더욱 충격적인 진실들
빵 두 박스 사건도 충격적이었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 반복되는 끼임사고의 진실
이 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37명의 사고 재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무려 15명이 끼임사고였어요. 즉, 박선빈씨의 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더 충격적인 것은 사고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끼임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었는데, 회사의 대응은 이랬습니다:
"기간제는 자기네가 알아서 해. 병원은 알아서 가세요."
부상당한 노동자는 택시를 타고 혼자서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
2. 사고 당일 밤의 믿기 힘든 일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사고 당일 밤부터 공장을 재가동했다는 사실입니다. 동료가 기계에 끼어 죽었는데, 그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계속 작업하라고 지시했어요.
시신을 수습한 동료 직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음에도 다음날 바로 정상 출근을 요구했습니다.
3. 입관식 당일의 합의금 압박
박선빈씨의 입관식을 마친 그날 저녁, SPC 측 관계자들은 빈소에서 합의금을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며 형사 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합의금을 받으면 딸의 진실을 알 수 없어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죠.
4. SPC 계열사의 반복되는 사고 패턴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SPC 계열사에서 계속해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SPC 5년간 사고 현황:
- 총 사고자: 758명
-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사고율
- 3년간 사망사고: 3건
- 부상사고: 5건
2025년 5월에도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5세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패턴, 같은 원인, 같은 결과였어요.
5. 법적 처벌의 현실
2025년 1월, 강동석 전 SPL 대표이사에게 내려진 판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SPL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이 선고되었어요.
법원은 *"회사 대표로 취임한 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지만, 유족 측은 이를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취임 시점이 짧았다는 것만으로 비난 가능성을 낮다고 판결한 것은 유족들이 겪은 고통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유감스러운 결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무감각함이 보여준 것
빵을 만들다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빵을 보낸 SPC의 행동은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이는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죠.
-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무사고적 사고
- 상황 판단 능력의 부재
-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부족
- 진정한 책임감의 부재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5년간 758명의 사고자
- 3년간 3명의 사망자
- 여전히 부족한 안전장치
-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2인 1조 원칙
소비자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우리가 매일 먹는 빵 뒤에는 이런 현실이 있습니다. 편리함과 맛있는 빵을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책임이죠.
마무리
23살 박선빈씨는 자신만의 빵집을 차리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선택한 길이 결국 그녀의 생명을 앗아갔어요.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고가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적절한 안전장치, 제대로 된 작업 규칙 준수,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 문화만 있었다면 말이죠.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히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제품 뒤에는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그 노동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요.
박선빈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정한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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