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2025년 6월 22일,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컴 센터. 게임 7 종료 후 코트 중앙에서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어올린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29점 12어시스트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날 밤, 26세의 젊은 가드는 NBA 역사상 가장 특별한 트리플 크라운 중 하나를 완성했다. 득점왕, 정규시즌 MVP, 그리고 파이널 MVP까지.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것이다. 불과 7년 전, 그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11순위로 지명된 그저 그런 유망주였다. ESPN의 드래프트 전 스카우트 리포트는 그를 숀 리빙스턴과 패트릭 맥코우에 비교했었다. 두 선수 모두 한 시즌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적이 없는 역할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NBA의 정점에 설 수 있었을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는 평범함이라는 출발선에서 시작해 끝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별이 된 한 남자의 진짜 성장기다.
평범했던 시작,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마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가 LA 클리퍼스에서 보낸 첫 시즌은 그야말로 평범했다. 신인 시즌 평균 10.8점, 2.8리바운드, 3.3어시스트. 화려하지도 않았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당시 클리퍼스는 이미 완성된 팀이었고, 그는 그저 로테이션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셰이는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의 연습 태도를 기억한다. 팀 훈련이 끝난 후에도 홀로 남아 슛을 쏘는 모습, 베테랑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 당시 클리퍼스의 코칭 스태프는 "그 아이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운명을 바꾸는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폴 조지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셰이 길저스-알렉산더는 오클라호마시티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수적인 조각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썬더의 GM 샘 프레스티는 달랐다. 그는 이 젊은 가드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처음 오클라호마에 왔을 때, 솔직히 두려웠어요. 큰 기대도 없었고, 팀도 리빌딩 과정이었거든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저에게는 기회였어요."
셰이의 이 말처럼, 때로는 예상치 못한 환경이 우리를 더 크게 성장시킨다.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서, 압박이 적은 상황에서, 그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작은 시장, 큰 꿈의 무대
오클라호마시티는 NBA에서 가장 작은 시장 중 하나다. 뉴욕이나 LA처럼 화려한 조명도, 미디어의 관심도 많지 않다. 하지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에게는 이곳이 완벽한 무대였다. 그는 이곳에서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썬더에서의 첫 시즌부터 그의 성장은 눈에 띄었다. 2019-20 시즌 19.3점으로 팀 득점 1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더 중요한 건, 그가 단순한 득점머신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 시즌마다 셰이의 기록은 향상되었다:
- 2020-21시즌: 23.7점, 4.7리바운드, 5.9어시스트
- 2021-22시즌: 24.5점, 5.0리바운드, 5.9어시스트
- 2022-23시즌: 31.4점, 4.8리바운드, 5.5어시스트 (첫 MVP 5위)
- 2023-24시즌: 30.1점, 5.5리바운드, 6.2어시스트 (MVP 2위)
숫자만 봐도 놀랍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그의 리더십이었다. 체트 홀름그렌이 셰이에 대해 한 말이 모든 걸 설명해준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 중 하나를 보내고 있지만, 절대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아요. 항상 우리에 대한 이야기,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재능은 그런 모든 것들을 통해 빛을 발해요."
이것이 바로 셰이 길저스-알렉산더가 특별한 이유다. 개인의 성취보다 팀의 성공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결국 개인의 최고 성취로 이어졌다.
꾸준함이 만든 기적, 2024-25 시즌의 완성
그리고 드디어 2024-25 시즌이 왔다. 이 시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완전체에 가까웠다. 시즌 평균 32.7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규시즌 기록인 68승 14패로 이끌었다.
셰이의 2024-25 시즌 주요 기록들:
- 정규시즌 32.7점, 5.0리바운드, 6.4어시스트, 1.7스틸
- 필드골 성공률 51.9%, 3점슛 성공률 37.5%, 자유투 성공률 89.8%
- 20점 이상 경기: 75경기 (리그 1위)
- 30점 이상 경기: 49경기 (리그 1위)
- 40점 이상 경기: 13경기 (리그 1위)
- 50점 이상 경기: 4경기 (리그 1위)
숫자도 놀랍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그의 일관성이었다. 셰이는 정규시즌 마지막 72경기 연속으로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1963-64시즌 이후 가장 긴 연속 기록이었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정규시즌의 화려한 기록이 포스트시즌에서도 통할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는 그 모든 의심을 잠재웠다.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15경기에서 30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마이클 조던과 하킴 올라주원에 이어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었다. 특히 파이널에서는 212점을 기록해 2015년 르브론 제임스의 215점 이후 가장 많은 파이널 득점을 올렸다.
성장의 철학
셰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저는 항상 제가 정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하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통제하는 것이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봤거든요."
이 말 속에 그의 성장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는 마음가짐.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의 힘을 믿는 신념.
역사 속에 새겨진 이름, 그리고 겸손함
2025년 셰이 길저스-알렉산대는 NBA 역사상 아주 특별한 클럽의 멤버가 되었다. 같은 시즌에 득점왕, 정규시즌 MVP, 파이널 MVP를 모두 차지한 선수는 마이클 조던(4번), 샤킬 오닐, 카림 압둘자바 단 세 명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셰이가 네 번째가 되었다.
더 놀라운 건 26세라는 나이에 이런 업적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카림 압둘자바와 함께 26세 이전에 MVP, 파이널 MVP, 득점왕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정규시즌 평균 32.7점은 우승팀 선수 중 역대 최고 득점이다. 1992-93시즌 마이클 조던의 32.6점을 0.1점 차이로 넘어선 기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 모든 성취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셰이의 겸손함이다. 파이널 MVP를 수상한 후 그가 한 말을 들어보자:
"이것은 저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제 가족의 승리이고, 제 친구들의 승리이며, 어려서부터 저를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세상 최고의 팬들인 우리 팬들의 승리입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챔피언이다. 개인의 영광보다 함께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이것이 셰이 길저스-알렉산더를 단순한 뛰어난 농구선수를 넘어 진정한 리더로 만드는 이유다.
팀메이트들의 증언
썬더의 케인리치 윌리엄스는 5년간 함께한 셰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갖는 자신감입니다. 그리고 그가 모든 팀메이트들, 심지어 코치들에게까지 심어주는 자신감이에요."
이것이 바로 셰이가 보여준 진짜 성장의 의미다. 자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함께 성장시키는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이 결국 팀 전체를 NBA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가 평범한 시작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11순위, 신인 시즌 10.8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평범함을 핑계로 삼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로 선택했다. 화려한 도시가 아닌 오클라호마에서도,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7년 후, 그는 NBA의 정점에 서 있었다.
늦어도 괜찮다는 것
셰이의 이야기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부분은 타이밍에 대한 것이다. 그는 신인 시즌부터 스타가 아니었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진짜 리그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셰이 같은 늦은 성장형이다. 20대 초반에 모든 걸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30살이 되도록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환경을 탓하지 않는 마음
셰이는 뉴욕이나 LA 같은 큰 시장으로 가지 않았다. 오클라호마라는 작은 도시에서, 리빌딩하는 팀에서 자신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곳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좋은 환경,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을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셰이처럼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의 성공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그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료들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고, 팀 전체를 성장시키며, 함께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짜 성공은 혼자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셰이처럼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알며,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성취가 가능하다.
2025년 6월 22일 밤,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어올린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단순한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평범함에서 시작해 특별함에 도달하기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담긴 눈물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셰이는 말하고 있다. 늦어도 괜찮다고,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해도 괜찮다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빛을 볼 수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정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의 성장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가 오클라호마의 별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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